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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교황의 질타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중성 - 이정현(힐데가르다) 데일리한국 기자

긴 긴 시간 2018. 1. 14. 07:24

 



[민족·화해·일치]

교황의 질타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중성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난 2월 23일 강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교황은 “스스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주장하며 성당에 가고, 단체에 소속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내 삶은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고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들의 ‘이중성’에 대한 이날 교황의 질타는 단번에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그만큼 많은 신자들이 뜨끔하게 느낄 법한 내용이었다.

감히 추측하건대 한반도의 분단 문제도 신자들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기 쉬운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분단 문제와 통일에 관심 없는 신자들도 미사 중에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보편지향 기도를 바쳐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북한 동포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우리나라의 평화 통일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이처럼 미사 중에 우리는 의외로 자주 한반도의 ‘평화’를 기억하고 기도했다. 뿐만 아니라 ‘평화’라는 가치는 가톨릭 교리와 성경 전반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고 있다.

성당 밖에서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남북관계나 북한이 화두로 오를 때 가톨릭의 ‘평화’ 정신이 온전히 유지되는 모습은 쉽게 찾기 힘들다. 특히 북한과 전쟁을 불사한다는 말에도 ‘그럴 수 있지’라며 방관하거나 더러는 동조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북한은 정전법(停戰法)상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적국이다. 그럼에도 전쟁을 통한 해결이 최선의 방법인지는 한 번 더 곱씹어 봐야 할 문제다. 흔히 참전용사라고 하면 호전론자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지만, 실제 전쟁을 겪은 이들 중에는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한 예로 필자는 대학생 시절 남북관계에 관한 포럼을 찾았다가 한 80대 노(老)신사를 만난 적이 있다. 포럼 장소를 찾지 못하던 그는 내게 길을 물었고 그 인연으로 3시간 이상 진행된 포럼을 함께 들었다. 이날 포럼은 전직 통일부 장관들과 교수들로 구성돼 이론적 논의까지 더해지며 제법 난해한 내용들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 노신사는 꼿꼿하게 자리를 지켰다. 중간에 점심을 함께 먹게 됐을 땐 혹시 공부를 하신 분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노신사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을 절레 흔들더니 “그냥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배운다”며 웃었다. 이어 “자네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라고 묻더니 “진짜 통일이 돼야 해. 그러니까 오늘도 열심히 들으라”고 당부했다.

당시 그의 이름과 연락처도 받아뒀는데 덤벙거린 성격 탓에 곧 잃어버려 지금은 생사 여부조차 모르는 게 아쉽다. 전쟁과 대결에 관한 언사가 너무도 쉽게 나오는 모습을 볼 때면 가끔 이날 대화가 떠오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에 신자들의 이중성을 비판한 강론 말미에서 “심판의 날 예수님은 이중적인 신자들을 외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험담이 더 많이 공유되길 바란다.



이정현(힐데가르다) 데일리한국 기자


 

 


 


출처 : 5670 아름다운 동행
글쓴이 : 포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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