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을 향해 달리는
요즘
내 사업은 1차산업에 머물러 있다.
작년에 사둔 국산 녹두가 눈앞에 떡 버티고 있다.
광장시장에 가서 순희네 빈대떡이나
사먹을 걸
왜 직접 하겠다고
식재료 사놓고는 꼭 후회한다.
이거이 웬 고생
신정전에 하려던 걸
벼르고 벼르다
어제야 했다.
혼자하는 작업이
그림을 그리거나 클래식을 듣거나
새로나온 신간 서적을 읽는 게 아니라
옛날 여자들이
후미진 방에서 바느질 하면서
허벅지를 꼭꼭 찌르며 밤새우듯이
녹두를 씻고 믹서기에 갈고
속재료를 다듬고 썰고
다 섞어서 후라이팬에 부치기 시작
바늘에 찔리기 대신
조심하면서 해도
후라이팬 가장자리를 스치며
데기 일쑤다.
잘 알아주지도 않는 집안일이
얼마나 지겨우면
우렁각시나 내 사랑지니 같은 판타지한
이야기가 창조 되었을까
또 잘사는 집은 침방 돌보는 사람에
주방 돌보는 사람에 두고 살았을까?
이 글을 쓰는 중에 연속극 대장금이
떠오른다.
사극이 궁중 속의 암투를 묘사하는 데서
못벗어나고 있을 때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궁중 속 여인의 세계를
그려낸 대장금은
요리의 신세계를 보는 듯 했다.
대장금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각은
사극의 변화를 이끈 거 같다.
새로운 시각은 꼭 첨단 산업을 일구는 데 만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올 해는 좀 잘 살 수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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