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성직자의 독신주의와 성추문은 무관" 주장
12년 동안 성범죄 피해 입은 소년, 결국 정신병원으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모습. AP=Yonhap
결혼을 거부하고 독신주의를 지향하는 가톨릭 내에서 불미스러운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아 바티칸이 고뇌에 빠졌다.
미국, 영국은 물론 아일랜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에서 성범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성추행 사건과 연루된 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그럼에도 교황청은 성직자의 독신주의와 성추문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AP 통신에 따르면 로마 그레고리안교황청대학교(PGU) 교회법ㆍ심리학 명예교수 쥐세페 베르살디 주교는 14일 교황청 신문 '옵서바토레 로마노' 기고문을 통해 "미성년자 성적 학대가 독신 성직자보다는 속인(俗人)과 기혼자 사이에서 더 넓게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적 학대를 저지른 성직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독신 의무를 저버렸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히며 교황청의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사건은 바티칸에서 발생한 동성간 매춘 알선 행위다. 지난 5일 영국 가디언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직업 성가대원인 토마스 치네두 아이엠(29)이 교황을 보좌하는 안젤로 발두치에게 동성 매춘을 알선했다.
그간 바티칸에서 발생한 여타 성추문보다 더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동성애 매춘 상대를 찾아 나선 인물이 교황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보좌관이었기 때문이다.
안젤로 발두치가 교황 보좌역은 물론 이탈리아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톨릭 내부에서 매듭짓지 못한 숱한 성추문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가톨릭은 그야말로 휘청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가톨릭 학교 졸업생에 의해 발생한 성범죄가 150여 건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 중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형 게오르그 라치어 신부도 연루된 것도 있다.
독일 뮌헨 대교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황은 뮌헨 대주교였으며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사제를 징계하기는커녕 보직을 바꿔 사건을 은폐하다시피 한 바 있다.
작년 11월에는 아일랜드 정부조사단이 나서 1975년부터 2004년까지 가톨릭 성직자에 의해 저질러진 320건의 성적 학대 피해 사례를 조사해 보고서로 공개한 바 있다.
종교적 순결과 도덕성을 내세우고 있는 가톨릭 내에서 추악한 성추문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고 있다.
영국의 한 소년은 7살이 되던 해부터 12년 동안 크리스토퍼 클로넌이라는 가톨릭 성직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정신병을 얻었다.
법원 판결을 통해 교회로부터 약 11억 7천 만원을 지급받게 됐지만 당시 끔찍한 기억으로 정신분열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고, 지난 2000년 이후에는 아예 정신병원에서 생활해오고 있다.
가톨릭 내부의 추악한 행위는 교회 재정을 파탄낼 지경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 가톨릭 교구의 경우 성추행 관련 소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 신청을 했고, 최소 4천 800만 달러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에서만 성추행 소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신청한 교구가 4개에 달한다. 전 세계의 가톨릭 성도가 낸 헌금이 성직자의 구린내나는 성추행 사건을 해결하는 뒷처리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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