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의 2006년말 통계에 의하면 고양시 차량등록대수는 29만 여대로 경기도에서는 수원시 35만 대, 성남시 30만 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렇게 차량이 넘쳐나다 보니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파트 주민들조차 자기 집에 주차를 못해 골탕을 먹곤 한다.
이렇게 고양시의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데에는 일산신도시를 개발한 토지공사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도시개발계획안에는 28개 지역의 공영주차장 부지를 만들어 놓았으나 일산신도시 개발에 들어가면서 이곳을 민간인에게 모두 팔아 버렸다. 이후에 그중 6개 지역을 고양시가 사들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고양시는 주차 문제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
토지공사가 팔아치운 나머지 주차장 부지들은 대부분 카센타나 식당이 들어서 있다. 돈에 눈이 먼 토지공사라고 할 수 있다. 고양시는 특히 일산신도시의 경우 더 이상의 주차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법 주차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라페스타의 한 공영주차장 직원은 “주말 저녁이면 이곳이 무척 혼잡하다. 그런데 주차장이 있는데도 이용하지 않고 노상 주차한 차들 때문에 차들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돈데 단속은 잘 나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마두동과 일산동의 학원가에는 밤마다 차고지 없는 학원차량이 도로를 점령하여 일대의 교통이 마비된다. 상가 밀집지역, 주택가 모두 차 댈 곳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나온 운전자는 자연 노상주차를 하게 되고 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만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하기조차 어렵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 이면도로 주차는 물론 버스정류장에 주차해서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불편과 위험을 끼치는 행위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일산의 랜드마크인 호수공원의 노래하는 분수대에는 매일 밤 분수공연을 보려고 수많은 인파가 모인다. 그러나 주차장 확보 없이 시작되었고 밤마다 호수로는 노상 주차한 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시에서는 밤에 하는 분수공연을 보려고 시민들이 밤에 가족들과 버스를 타고 분수공연을 보러 올 거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는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고양시는 불법 주정차 차량 근절 대책으로 10월부터 CCTV를 35대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2008년에는 40대를 더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고양시 전체에 설치된 CCTV는 59대이고 일산동·서구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CCTV를 늘리는 데에는 인력 부족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고, 현장에 나갔을 때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몸싸움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CCTV 설치가 얼마나 안이한 발상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단속카메라에 걸린 차량은 하루 평균 100여대. 일산동구청 교통지도과에만 하루에도 30여 통의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각 구청의 담당부서 공무원들은 욕설을 퍼붓는 전화에서부터 하소연식의 길고긴 전화 민원을 응대하느라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지경이라 한다.
일산동구청 김흥복 계장은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되어야겠으나 현실상 주차장이 부족한데 민원은 수없이 제기되니 단속을 나갈 수밖에 없고, 단속을 나가면 단속에 걸린 시민과 싸워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시민들의 버스 이용만이 해결방안이다”고 한다. 어떻게 버스 이용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한심한 노릇이다.
시에서는 장항동 한곳에 주차장 부지를 확보해 지하 2층, 지상 8층의 주차타워를 착공할 예정이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재 있는 주차빌딩도 운영이 안 될 정도로 이용고객이 적고 기존의 공영주차장 역시 이용고객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1, 2년새 단속이 급격히 늘면서 이에 대한 반감만 심해지고 주차빌딩을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도 안 되어 있다. 결국 손쉬운 대책인 CCTV 추가 설치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을 확대하는 방안뿐이다. 고양시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주차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