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타워팰리스 옆 포이동 판자촌. 급속한 산업화가 빚은 우리 사회의 빛과 그늘을 보여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
우리말 논술 48. 전통윤리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교과서 읽기
논점 1. 경제 윤리와 현대적 실현 방안
우리 사회의 경제 현실
우리 사회는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시일 내에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어 냈다. 이는 한마디로 ‘압축적인 근대화’를 이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외형적이고 가시적인 발전을 통하여 우리는 근대화 이전에 비해 더 많은 물질적 풍요와 여가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가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다. 근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다 보니, 부작용이나 부정적인 측면 역시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 발전의 이면에는 이기주의, 독점과 투기, 불로소득과 과소비, 부패, 정경유착, 정실주의, 연고주의, 환경 오염 등과 같은 어두운 그늘이 숨겨져 있다. 또,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한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이 소홀히 다루어진 측면도 있다.
대동 정신
일찍이 공자는 인과 예를 통하여 올바른 도덕을 확립하고 바람직한 사회 질서를 회복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대동 사회’를 이룩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대동 사회는 만인의 신분적 평등과 재화의 공평한 분배, 인륜의 구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대동’이라는 말을 <예기>(禮記)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큰 도가 행해진 세상에는 천하가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사람들은 어진 이와 능한 이를 선출하여 관직을 맡게 하고, 온갖 수단을 다하여 서로 간의 신뢰와 친목을 두텁게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각자의 부모만을 부모로 섬기지 않으며, 각자 자기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아서, 노인에게는 그 생애를 편안하게 마치게 해 주며, 장정에게는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해 주며, 어린아이에게는 마음껏 성장할 수 있게 해 주며, 과부와 고아, 불구자 등에게는 고생 없는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며, 성년 남자에게는 걸맞은 직분을 주며, 여자에게는 합당한 남편이 있도록 해 준다. 재화라는 것이 헛되이 낭비되는 것을 미워하지만, 반드시 자기만 사사로이 독점하지 않으며, 힘이라는 것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만, 그 노력은 반드시 자기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만 쓰지 않는다. 모두가 이러한 마음가짐이기 때문에 모략이 있을 수 없으며, 절도나 폭력도 없으며, 아무도 문을 잠그는 일이 없다. 이러한 세계를 ‘대동’(大同)이라 한다.” -고등학교 <전통윤리>
■ 교과 심화
경제 윤리의 시대적 변화
경제활동의 목적, 행동양식, 조직양식 등을 규제하는 경제의식(economic mentality)의 주된 구성 요인으로서, 특히 경제활동의 목표를 정하는 가치의식을 말한다. 경제윤리가 형성될 수 있었던 가장 큰 2가지 요인은 종교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티즘의 영향과 자본주의 성립 이후의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종교개혁 이후, 특히 칼뱅주의의 영향으로 노동을 신성화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직업윤리가 확립되었다. 나아가 자본주의 발전과 더불어 경제활동 자체가 하나의 목표로 인정받게 됨에 따라 경제윤리도 중요한 가치 규범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베버, 좀바르트 등의 자본주의 정신은 합리주의·보편주의·직능주의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합리주의란 주어진 목적을 가지고 적절한 수단을 이용함으로써 가능한 한 큰 효과를 올리는 행동원리를 말하며, 보편주의는 인간을 평가할 때 그의 업적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사회적 평가기준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조직원리 가운데 하나인 직능주의는 사회조직을 기능적으로 분화하는 것과 동시에, 인간관계도 직능을 통해 규제한다는 원칙이다. 이들 경제윤리의 내용은 자본주의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끊임없이 그 내용이 수정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현재 경제사회에도 지속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산업혁명을 거쳐 자본주의가 확립되는 과정 속에서 경제윤리는 자유주의를 긍정하는 공리주의(功利主義) 및 윤리학설과 이를 비판하는 학설의 2가지 부류로 크게 나뉘었다. 대표적인 독일 역사학파는 민족의식을 토대로 유기체론을 성립시켜 경제적 자유주의를 부정했으며, 영국의 존 러스킨과 토머스 칼라일 등은 배금사상(拜金思想)에 대한 공격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특히 카를 마르크스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착취로부터 인간해방을 실현하는 대안으로 공산주의를 제시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공산주의 체제의 경우 국가가 경제를 통제함에 따라 개인의 주체적인 자유가 상실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 최근에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측면을 경험적으로 고려함에 따라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민주적 사회주의’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개념이 제시되었고, 실존주의의 야스퍼스 등은 사회주의를 인정하면서도 전면적 계획화에는 반대하여 인간의 근원적 자유를 옹호하는 경제윤리를 전개하기도 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 논제해결
‘빈익빈 부익부’ 극복할 경제윤리는?
제시문 (나)와 (다)를 참고해 제시문 (가)에서 지적하는 우리 경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하라.(800~1000자 안팎)
(가) 현재,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미풍양속이나 의식이 크게 바뀌어 가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가치 전도 현상’도 엿보인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는 물질 만능주의, 무조건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 풍조의 만연도 심각한 문제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사회적 유대감을 해칠 뿐만 아니라, 위화감까지 조성하고 있다. 게다가 고전적 자본주의의 덕목인 일에 대한 헌신과 절제, 참된 의미의 자조 정신마저 나날이 퇴색해 가고 있다. -고등학교 <전통윤리>
(나) 유학에서는 국가와 시장을 배타적 무관심의 관계로 보려는 신자유주의 이념과는 달리, 두 영역의 ‘상호 보완성’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유학에서의 국가는 경제 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삶의 영역에서 자율성과 연대성을 결합시키는 조정자로 여겨져 왔다.
과거 역사를 보면, 보릿고개나 천재지변 등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농민들에게 대여하였다가 추수 후에 회수하던 환곡 제도가 있었다. 어려운 농민을 구제하고 농업의 재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마련되었던 것이다. 그 기원은 고구려 고국천왕 16년에 제정하여 실시된 진대법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려 시대에는 의창과 상평창을 통해 빈민 구제와 물가 안정을 도모했으며, 이는 조선 시대에도 거의 그대로 계승되었다.
이와 같은 제도는 원칙적으로 어려운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언제나 제 기능을 다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고리대금업 역할을 해서, 강제적인 축재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대의 암울한 경제 현실에 대해서 끊임없이 개혁안이 제기되었다. 그 예로, 정약용의 경제 개혁안을 들 수 있다. 특히, 토지 제도와 세금 제도를 통해 그의 인간 중심적 경제관을 엿볼 수 있는데, 병농일치를 근간으로 하는 중농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국가 또는 경작자 이외의 지주 제도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으며, 더 나아가 토지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여전론을 창안하였다. 또, 화폐 제도의 정비와 시행 등을 주장하고, 그것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자 하였다. 화폐로는 동철뿐만 아니라 금과 은도 가능하다고 하였고, 국가 재산이 외국과의 무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지책과 화폐 통용으로 인한 소비 억제 정책, 보호 무역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 고등학교 <전통윤리>
(다) 특정한 주의, 주장(cause)을 마케팅 활동의 제재로 하는 이른바 ‘대의명분 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이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의명분 마케팅이란 마케팅 전략의 일부로서 사회적 과제나 문제점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러한 대의에 공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러한 캠페인에 대한 기업의 참여가 증가하는 이유는 갈수록 TV광고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적인 캠페인에 동참함으로써 광고비도 절약하고 사회공헌 활동 자체로 소비자들의 관심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대의 혹은 명분을 활용해 제품 판매를 활성화하고, 판매금액의 일부를 기부함으로써 사회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아울러 특정 사회 이슈에 대한 메시지(환경보호, 가정폭력 예방, 동물실험 중지 등)를 상품 속에 담아 판매함으로써 도덕성과 영혼이 있는 기업이란 사실을 소비자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일부에서는 윤리적 가치를 돈으로 사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의명분 마케팅 캠페인에는 향후에도 많은 기업이 후원자로 나서게 될 것이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회사인 콘커뮤니케이션스(Cone Communications)의 조사에 따르면 기부 등의 사회공헌을 실시하고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를 비교해 보면 약 90%의 소비자가 전자를 선택하고 있었다. (중략)
소비자들이 대의명분 마케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물품 구매라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을 통해 자신이 공감하는 도덕적 가치에 대한 지지를 보낼 수 있고, 사회에 공헌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의명분 마케팅의 효과가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 기업들이 대의명분 마케팅에 투입한 비용(기부금을 제외)은 10억34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규모는 1990년에 비해 약 11배로 성장한 것이다.
바디샵의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델의 중고컴퓨터 기부운동, 맥도날드의 아동복지 개선 프로그램 등 널리 알려진 성공작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의명분 마케팅의 목표나 대상 제품의 선정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어떤 대의명분을 활용할 것인지, 어떤 방법의 기부나 자선활동을 선택할 것인지는 회사의 상황과 소비자의 관심사, 사회적 이슈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 2005~2007 신한먼슬리리뷰(Shinhan Monthly Review) 및
‘신한FSB리뷰’에서 발췌 편집
■ 해결 방향
제시문 (가)는 우리 경제의 현실적 문제를 윤리적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 즉, 물질적인 풍요에 동반하는 정신적인 문제를 가치 전도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이기주의적 성향을 보이면서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대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제시문 (나)에서 설명하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경제 윤리를 통하여 어느 정도 극복 방안에 대한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제시문 (다)의 ‘대의명분 마케팅’ 전략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비록 우리의 전통적 시각이 아니지만 윤리 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경영 철학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라 할 수 있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평가하겠다는 출제 의도와 연관된다. 평소에 우리 경제 문제를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해보고, 관련 자료의 조사와 토론을 통해 다각적으로 이해할 경우에는 해결점에 이르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제시문에서 시사하고 있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서 자신의 논지 전개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게 되고, 제시문 활용 능력이라는 평가 요소와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관점 넓히기
요즘 한국에서도 윤리경영이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어떻게 보나?
“한국 기업의 윤리경영은 아직 외국 것을 너무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방향을 잡아서 실행하기보다는 구색 맞추기와 눈치보기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윤리경영은 좀더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것이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은 윤리경영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압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동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윤리경영이 창조적인가?
“기업이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학계, 엔지오, 지역사회 등과 연계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경영 틀을 만들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나 국제 기준도 중요하지만, 경계를 열고 소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허물어야 창조적인 결과가 나온다.”
그 말에 대해 기업은 ‘왜 기업이 윤리경영을 해야 하나’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그 이유에 대해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다. 개체의 성과는 항상 사회 전체를 활용해 이뤄내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성과도 개체에게 온전히 귀속되는 것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기업에 적용하면, 기업의 성과는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그 기업이 있게 한 사회의 것이라는 결론이 된다. 논의를 좀더 진전시키면, ‘사회적 회계’로 이어진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한 성과 평가와 회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게 진정한 성과다. 흔히 회계라고 하면 아주 딱딱한 숫자만 떠올린다. 그런데 사실 영어로 회계를 뜻하는 ‘어카운트’는 단어 자체가 ‘책임’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재무제표에 환경 및 사회 성과도 반영해 기록하는 ‘사회 회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윤리경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는 어떤 것인가?
“자본주의 자체를 극복하자는 흐름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금융자본주의는 심각한 문제를 잇따라 드러내고, 이게 금융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자본주의를 내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윤리경영은 그 핵심이다. 21세기의 핵심적인 의제고, 역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안으로부터 자본주의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사회의 조직이 어떻게 윤리를 갖추게 되고, 그것이 사회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 연구가 필요하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 <한겨레> ‘헤리 리뷰’ 2009년 12월16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