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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성복의 독일의 안정적인 주거문화 독일에서 살아보니

긴 긴 시간 2015. 12. 15. 07:03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 독일의 안정적인 주거 문화

 

 

무작정 오른 유학길, 독일에 가보니 '0층'이?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안정적인 주거 문화 ① 

 

조성복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위원 

 

 

1990년대 후반의 어느 날,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나는 우연히 독일 관련 기사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독일의 통일이 동독 대변인의 실수로 앞당겨졌다는 뜻밖의 분석 기사를 보면서, 한반도에서도 갑자기 통일이 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동시에 '통일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되면 앞으로 할 일이 많지 않을까?'하는 조금 막연한 생각과 뭔가 알 수 없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그래서 통일의 경험이 있는 독일에 가서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알아보기 위해 조금 길게 잡은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집사람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당시 보름씩 휴가를 내는 것은 어쩌면 책상을 뺄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원래 한 달을 신청했는데 절반으로 깎였다.)  

베를린에서 공부 중인 친구도 만나보고, 그림 같은 독일의 도시들을 직접 돌아보면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결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모한 것이었다. 

 10년 가까운 직장생활에 나이는 이미 30대 중반에 이르렀고,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또 오랫동안 차분하게 준비해 온 일도 아니었다.  

그것은 막연한 희망 하나를 붙들고 잘 알지 못하는 불확실한 세계에 뛰어드는 일이었다. 

 

추석보너스를 받고 그만두는 게 유리하다는 상사의 조언대로 9월 말 월급과 상여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둔 지 미처 2주일이 안 되어 베를린 행 비행기에 올랐다. 

 흔히 유학 준비를 위해 찾는다는 남산에 있는 독일문화원(괴테 인스티튜트) 한 번 가보지 못하고 바로 독일로 날아갔다.  

고추장, 밑반찬 등 무거운 짐들을 들고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 공항에서 갈아타는 곳을 찾아 헤매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다. (비행기 표 등에서 보듯이 프랑크푸르트 뒤에 반드시 마인 강변(am Main)을 붙여야 하는 이유는 독일의 북동쪽 오데르 강변에 있는 또 다른 프랑크푸르트(Frankfurt/Oder)와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사람이 빌린 집을 재임대, 낡은 집도 그대로 

 

1997년 10월 중순, 베를린 생활이 막 시작되었을 때 날씨는 썰렁하고 거리는 낙엽으로 가득하여 한국에서 온 초행자의 마음을 더욱 스산하게 하였다.  

독일은 서머타임을 실시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낮 시간이 길고 반대로 겨울에는 더 짧아진다.  

이 제도를 실시하게 되면 매년 3월 마지막 일요일의 새벽 2시를 3시로 바꾸고, 10월 마지막 일요일의 새벽 3시를 2시로 바꾸게 된다.  

그러면 11월에는 오후 4~5시쯤이면 어둑해지고 깜깜해졌다.  

조금 게으름을 피워 늦게 일어나면 잠깐 사이에 사방이 어두워졌다. 

 

베를린에 도착한 다음 날, 남쪽에 위치한 한 대학기숙사의 운터미테(Untermiete: 재임차)로 들어갔다.  

이는 어떤 사람이 빌린 집을 개인적 사정으로 몇 개월에서 1년 정도 재임대하는 것으로, 특히 대학기숙사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다.  

다른 학교에서 한 학기 공부를 한다든가 장기간 아르바이트를 위해 비울 때, 또는 방학에 고향이나 여행을 가거나 할 때 등 다시 돌아올 예정이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그렇게 한다.  

미리 대학 당국과 이야기가 된 경우 우선으로 기숙사를 배정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보통 운터미테로 있으면서 정식으로 살 집을 구하게 된다. 

 

집을 구하기 위해 친구의 도움을 받아 베를린의 여러 집을 구경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는 5층 미만의 건물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것으로 우리의 연립주택과 유사하다. 

 집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통 '오래전에 지은 집(Altbauwohnung)'과 '새로 지은 집(Neubauwohnung)'으로 나누는데, 흔히 2차 대전 이전에 지었느냐 또는 그 이후에 지었느냐가 그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집이 돌로 지어졌기 때문에 오래되더라도 그 골격은 그대로였다.  

 그렇기 때문에 집이나 건물을 완전히 허물어 내는 경우는 드물었고, 적당한 때에 내부만 개조하여 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외관은 오랜 역사를 보여주듯이 중후한 맛이 나고, 내부는 새로이 정비하여 아주 편리하였다. 

 

이와 같은 집들을 구분하는 좀 더 실용적인 기준은 그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승강기가 없는 오래된 집들의 경우, 노인들은 주로 아래층을 선호하고 젊은이들일수록 위로 올라가게 된다.  

독일에서는 모든 건물에 0층이 존재하는데, 이를 땅에 맞닿아 있다고 해서 쉽게 '땅층(Erdgeschos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독일의 1층은 우리의 2층을 의미하며, 2층은 3층을, 3층은 4층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오래된 집이지만 보수를 하여 승강기를 설치한 곳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새집을 선호할 것 같은데, 의외로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간혹 옛날 건물이 나오는 유럽영화를 감상하다가 벌써 알아챘을 수도 있을 터인데, 그러한 옛날 집은 층간 높이가 굉장히 높은 특징(대개 3미터 이상)이 있다.  

그래서 장식을 잘 하면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또한 공기도 쾌적해서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집들이 우리의 연립주택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한 가지 아주 다른 점은 집의 방향을 고려치 않고 지어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집들이 서로 거리를 마주하고 길 양옆으로 나란히 줄지어 들어서 있으며, 건물들 사이가 모두 붙어 있어서 사람이 지나다닐 공간이 없다.  

각 건물의 입구로 들어가면 안쪽으로 건물들에 둘러싸인 공간이 있는데, 그곳은 보통 거주자들만의 휴식공간이 된다. 

 즉 건물의 방향을 생각하여 집을 지은 것이 아니라 길이 난대로 집을 지은 것이다. 어차피 해가 많지 않은 날씨 때문인지 우리처럼 남향집을 따지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았다. 물론 도시의 외곽에 새로이 건설된 집들은 대체로 햇볕을 고려하여 지어졌다. 

 

고민 끝에 선택한 집은? 바로 기숙사! 

 

주거와 관련해, 우리와 다른 또 한 가지 특징은 대부분의 집이 전체 바닥에 양탄자를 깔고 집에서도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는 점이다.  

바닥에 카펫을 까는 것은 아마도 과거 바닥 난방이 없었고, 여름은 건조하고 겨울은 습한 기후, 아래층에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방음 효과 등이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이 양탄자를 청소하기 위한 진공청소기의 출력이 아주 막강하다. 

 

부자들은 보통 커다란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 같은데, 어느 도시를 가든지 그런 지역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층아파트는 독일에서는 일반적인 주거지가 아닌 것 같았다.  

이러한 건물은 주로 집단거주나 난민수용, 학생이나 노인들을 위한 기숙사, 양로원 등 예외적인 주거형태로 그렇게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실제로 과거 동베를린 지역에 가면 대규모의 고층아파트들이 중간 중간에 많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부부는 베를린의 여러 집을 구경했지만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했다. 

 대체로 가격대비 살만한 것 같았다. 

 그러나 집사람이 다른 것들에 비해 집을 고르는 데는 신경을 많이 써서 아주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결국 또 다른 후배의 소개로 아직 대학에 등록하지 않아도 입주가 가능한 사설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ERH(Ernst-Reuter-Haus)'라는 기숙사였는데, 비록 전용면적이 28제곱미터로 작은 집이었지만 깨끗하면서 깔끔하였고, 조그만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갖추어져 있어서 바로 생활이 가능하였다. 

 월세도 542마르크(당시에는 독일 마르크(DM)화를 사용, 1DM = 약 500원)로 지금까지 보았던 집들보다 저렴하였다. 

 이 기숙사는 2차 대전 후 베를린 시장이었던 에른스트 로이터(Ernst Reuter)를 기념하는 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이었다.  

이 재단은 이 기숙사 이외에도 여러 동의 유사한 집들을 운영, 관리하고 있었다. 독일에는 이처럼 공공성을 띠는 재단들이 많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기숙사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이 기숙사에 들어가는 시점에 한국에서 IMF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하여 환율이 2배까지 급등하였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 송금 받는 돈이 반 토막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얼마 후에는 도시를 옮겨 이사해야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일반주택에 비해 기숙사는 들고나는 것이 간단하였고,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적었기 때문에 그나마 기숙사에 머문 것은 다행이었다. 

 

/조성복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가족 수가 많아지면 임대 주택도 커지는 나라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안정적인 주거 문화 ② 

 

조성복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의 IMF 사태에 따라 환율이 급등하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궁핍한 수준을 넘어서 고통으로 변해갔다.  

주변에서 돈을 빌리기도 했지만 한 번은 돈이 똑 떨어졌다. 장을 보지 못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거의 거저라고 할 수 있는 밀가루로 일주일가량 수제비만 먹기도 했다. 

 

그래서 베를린을 떠나 독일의 서북쪽에 있는 뮌스터(Münster)라는 도시로 옮겨가기로 했다. 베를린에서는 돈을 내고 사설 어학원을 다녀야만 했는데, 뮌스터에서는 무료로 대학의 어학코스를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어학 코스의 학생들도 대학에서 운영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베를린은 비록 수도이기는 했지만 주로 정치와 문화의 도시라서 재정 형편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학에 외국 학생들을 위한 독일어 초급 과정은 없고 중급 과정만 개설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드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주(州)의 뮌스터 대학에서는 초급 과정부터 개설하고 있어서 옮겨가는 게 유리했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교육 관련 사항이 16개 주 정부의 자치 권한에 속했다. 덕분에 대학 등록금이나 교과 과정 등을 각 주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독일에서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우선! 

 

뮌스터는 종교적으로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인구 30만 정도의 대학 도시로 약 4만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인데, 특히 신학이 유명했다. 

 도시 중앙에는 둘레 길이가 2킬로미터가 넘는 아제(Aasee)라는 큰 호수가 있었다. 

 또한 이곳은 독일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는 도시로도 유명했는데 실제로 구석구석까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기숙사 주변에는 학생들이 다른 도시로 옮겨가면서 버리고 간 소위 '자전거 무덤'이라는 곳도 있었다. 

 우리 부부도 거기서 쓸 만한 것들을 찾아내 조립하여 도시 전체를 누비고 다녔다. 친환경 도시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거리에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가 동시에 움직일 때 누가 우선권을 갖는 게 가장 합리적일까?  

독일의 거리를 관찰한 바에 의하면 자전거, 보행자, 자동차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고민을 했었는데, 세 주체가 움직이다가 멈추었을 때 가장 불편한 측이 바로 자전거이기 때문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은 당연히 보행자, 자동차 순이다.  

그래서 자동차 운전자들은 보행자보다 속도가 빠른 자전거의 움직임에 항상 신경을 많이 쓰고, 거의 대부분 반드시 양보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자전거가 동시에 달리다가 자동차가 우회전하려는 경우, 자동차는 당연히 기다렸다가 달려오는 자전거를 보내고 지나간다.  

그런데 어쩌다가 한 번씩 자전거보다 먼저 지나가려고 거꾸로 달려오는 자전거를 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독일 사회에서 대단히 몰염치한 처사이다. 

 이럴 때 다혈질의 자전거 이용자는 가운뎃손가락을 높이 치켜세우며 지나가는 운전자를 쏘아본다.  

아마도 "x 먹어라!"는 뜻일 게다. 

 

몇 해 전부터 한국에서도 열풍이 불어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한국에서는 자전거와 자동차의 우선 순위가 어떨까 궁금했는데, 최근에 자전거를 탈 기회가 많아지면서 바로 알게 되었다.  

만일 독일의 자전거 이용자들이 우리의 거리를 달린다면 아마도 짐작하건대, 어쩌다가 한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가운뎃손가락을 높이 치켜들고 다닐 것이 확실하다. 

 

독일에서는 일반 도로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을 경우, 자전거는 반드시 차도를 이용하도록 되어있다.  

차도에 차들이 많아 자전거를 타기 어려울 경우에는 자전거를 내려 보도에서 끌고 가면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보도에서 자전거 타고 가는 것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아마도 보행자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실제로 베를린에 살 때 차도가 혼잡하여 자전거로 보도를 달리다가 경찰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이 경우 10유로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그는 우리가 외국인이라 잘 몰라서 그랬을 거라며 주의만 주고 보내주었다. 

 

 

공공 임대 주택도 너무 좁으면 안 돼 

 

뮌스터에서는 12제곱미터 크기의 작은 기숙사 방을 하나 받았는데, 한 달에 265마르크(약 13만 원)를 냈다.  

주방과 화장실은 같은 층의 여러 학생과 공동으로 사용하였고, 방에는 침대 겸용 소파, 책상, 책꽂이, 개수대가 각각 하나씩 있었다. 

 또 대학의 무료 어학 코스를 다니게 되었고, 학생 신분이 되면서 교통비가 저절로 해결되어 한 달 비용이 베를린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많이 줄어들었다. 

 

대학생은 학교에 등록하면 '학기 티켓(Semesterticket)'을 받는데, 그러면 한 학기 동안 버스나 전철, 그리고 도시 주변 일정 범위 내의 기차 등을 무한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은 특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을 사회적 약자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대한 비용으로 해당 지역의 크기와 재학생 수 등을 감안하여 학교에 등록한 모든 학생이 매 학기 약 100~150유로(약 15~22만 원)를 냈으니 공짜는 아니다. 

 

이사를 하면 구청에 신고해야 하는데, 불가피하게 집사람의 주거지를 다른 곳에 두어야 했다.  

그 기숙사 방에는 한 사람만 살 수 있고, 그래서 한 사람밖에 등록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규정이 있나 의아스러웠지만, 나중에 그것이 옳다는 것을 실감했다.  

왜냐하면 이곳에 사는 몇 개월 동안 독일에 살던 다른 기간에 비해 집사람과 가장 많이 다툰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이 적당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많이 생긴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실험을 해보면 알겠지만 실제로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같이 살면 반드시 싸우게 되어있다. 

 

나중에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식의 공공 임대 주택(Sozialwohnung·사회 주택)에 들어갈 때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면적이 40제곱미터 이하인 집에는 독신인 경우에만 입주가 가능했다.  

가족의 수가 많아지면 들어갈 집의 면적도 당연히 커졌다.  

즉 돈이 없으니 좁더라도 싼 집에서 살겠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난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헤칠 수 있는 상황에 내몰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리라. 

 

그런데 한국은 공공 임대 주택의 입주자를 선정할 때, '다자녀 우선'이라는 기준에 따라 5~6명의 가족을 49~59제곱미터의 조그만 집에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다.  

그것조차도 감지덕지라는 뜻일까? 

 우리는 왜 독일과 같은 기준을 갖지 못하는지, 그러한 결정은 누가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최소한 다자녀 우선을 기준으로 작은 집에 배정하는 것은 재고되었으면 한다. 

 

 

 

 

 

 

 

 

 

 

 

 

 

 

 

 

 

 

 

 

 

 

 

 

 

 

 

 

 

 

 

 

 

 

 

 

 

 

 

 

 

전세제도 없는 독일에서 월세 체험해보니…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안정적인 주거 문화 ③ 

 

조성복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독일인에게 전세제도 설명했더니…고개만 갸우뚱 

 

뮌스터에서 어학을 마치고 쾰른에 정착하여 처음에는 기숙사에 살다가 공공 임대 주택(사회주택)을 받아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기숙사가 아닌 보통 주택에 살게 되었다.  

나중에 학업을 마치고 베를린의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에는 제대로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공공 임대 주택을 신청할 수 없어서 일반 주택을 얻어 살았다. 

 

재산이 없고 소득이 많지 않거나 장애가 있거나 실업자인 경우, 독일 국적이 없더라도 누구나 공공 임대 주택을 신청하여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간단히 말해 사회적 약자임을 증명하는 WBS(사회주택 거주권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해당 구청에 소득 증명서 등 10여 가지가 넘는 서류들을 제출하여 심사를 거친 후에 받을 수 있다.  

대신 이것을 받아 공공 임대 주택에 들어가면 일반 주택과 똑같은 집인데 훨씬 적은 월세를 내고 살 수 있다. 

 

이외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주택 정책으로 수입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매월 집세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집세 보조금(Wohngeld)' 제도가 있다.  

과거 서독 지역에서는 1965년부터, 동독 지역은 통일 후 1991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다만 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법에 규정된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독일에는 전세 제도가 아예 없다. 

 모든 임대 방식은 월세로만 존재한다.  

가끔 독일 친구를 비롯하여 외국인 친구들에게 우리의 전세 제도를 설명하면 아주 희한하게 생각하였다.  

특히 전세를 살다가 나갈 때 전세금을 모두 돌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하였다.  

이런 것을 보면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주 예외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 급속한 경제 성장과 인플레를 경험하면서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전반적으로 자본이 부족하여 이자율이 높았을 때에는 전세 제도가 가능하였고, 나름대로 잘 작동하였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고, 자본이 풍족하여 저금리 현상이 지속하면서 그러한 전세 제도는 이제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워 보인다. 

 

월세가 불쌍하다고? 독일에선 일반적! 

 

독일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여러 가지 지역 신문의 임대 광고나 인터넷 임대 사이트를 이용해서 원하는 장소와 가격대의 집을 찾는다. 

 물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중개업소가 우리처럼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던 것 같다.  

괜찮아 보이는 집을 발견하면 미리 약속을 하고, 직접 방문하여 둘러볼 수 있다. 집이 마음에 들면 계약의사를 밝히면 된다.  

가끔 내놓은 집의 조건이 좋아 희망자가 많을 경우에는, 거꾸로 임대인이나 임대회사가 입주자를 선택하기도 한다. 

 

집의 규모가 크고 월세가 비싼 집들은 주로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하는 것 같은데, 일반 주택의 경우에는 보통 그 주택을 관리하는 회사가 임대 절차도 맡아서 한다. 또는 드물게 집주인이 직접 광고를 내기도 한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대개 2~3개월 치의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요구한다.  

이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일반적으로 중개 수수료 내용이 부동산 광고에 들어있으니까 사전에 수수료가 없는 집을 고르면 된다.  

그밖에 임대차 계약서를 쓰기 전에 임대 회사는 세입자의 소득 증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임차인은 계약서를 쓰고 입주하면서 임대 회사에 보통 월세 2~3개월 치에 해당하는 임대 보증금(Kaution)을 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보증금과 비슷한 것이나, 그 돈의 성격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이 보증금은 주로 세입자가 나갈 때 집의 상태가 들어올 때와 다를 경우, 그것에 대한 수리 비용으로 쓰인다. 

 집에 하자가 없으면 당연히 전액을 돌려받는다.  

WBS를 받은 공공 임대 주택의 경우에는 이 임대 보증금을 구청에서 대신 부담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 

 

세입자는 나갈 때 집의 상태를 처음 집을 받았을 때와 똑같이 완벽하게 해놓아야 한다. 

 반대로 손보지 않은 상태의 집을 받았을 때는 스스로 정리하여 살고 나갈 때는 그냥 부담 없이 가면 된다.  

또 "몇 년에 한 번씩 벽을 칠해야 한다, 무엇을 교체해야 한다." 등의 내용들이 계약서나 집 관리 규정집에 들어있다. 

 이런 방식으로 엄격하게 관리가 되기 때문에 집들이 쉽게 낡지 않고 항상 새집처럼 유지되는 것 같았다. 

 

쾰른에서 집을 받았을 때는 후자의 경우였다. 

 방의 벽지는 낡았고, 거실 벽들도 오랫동안 방치해서 심란했으며, 부엌에는 싱크대조차도 없었고, 심지어 전구도 달리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인건비가 비싸서 이를 어쩌나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미하엘(Michael)이라는 친구와 그의 아버지가 여러 가지 도구와 장비를 가지고 와서 모든 것들을 처리해 주었다. 

 

임대 관리 회사가 화장실이 오래되어 보수를 해준다고 했는데, 입주 전에 공사가 끝나지 않아 입주한 후에도 2주일가량 고생을 했다.  

대신 첫 달치 월세는 절반만 청구되었다. 반대로 베를린에서 집을 얻었을 때는 모든 것이 완벽하여 청소조차도 크게 필요치 않았다. 

 대신 그 집에서 나올 때는 다시 완벽하게 하느라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였다. 

 

우리의 경우 옛날 사글세의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월세를 산다고 하면 측은하게 보는 사회적 시선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물론 최근에 보이는 고가 월세의 경우는 예외로 해야겠지만. 하지만 요즘같이 아파트 가격의 거품이 꺼지면서 전세금을 날리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는 것을 보면, 전세보다 월세가 훨씬 더 합리적인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월세가 크게 오르지 않아야 하고, 자주 이사 다니는 번거로움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독일에서는 그러한 걱정이 없다. 왜 그런지 다음 편에서 소개하겠다. 

 

 

 

 

 

 

 

부동산으로 돈 못 버는 독일, 진정한 '창조경제'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안정적인 주거 문화 ④ 

 

조성복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집 살 필요 없는 이유…5년간 월세 5유로 올라 

 

쾰른과 베를린에서 집을 구하고 임대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바로 계약서에 임대 기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임대인은 기간 만료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다. 

 다시 말해 세입자는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까지라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매월 월세만 제대로 내면 내 집이나 다름이 없었다. 

 우리처럼 2년에 한 번씩 불필요하거나 원치 않는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다만 그 집에서 나가고 싶으면, 일반적으로 이사 나가기 3개월 전에 통보만 하면 됐다. 

 

조금 신기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았더니, 세입자의 권리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 기간을 쓰지 못하도록 2001년에 민법을 개정한 것이었다.  

계약서에 임대 기간을 쓸 경우에는 반드시 그 이유(예를 들어, 세입자의 요구에 의해)를 명시하도록 하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임대차 계약은 자동으로 무기한이 되도록 규정되었다. 

 따라서 일반 서민들이 굳이 무리해서 집을 사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임대인은 세입자를 함부로 내보내지 못하는 대신, 경제적 변동이나 주변 시세에 따라 월세를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월세 인상도 법으로 명시된 규정들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가장 흔한 월세 인상의 근거는 집을 보수하여 비용이 들어갔을 때 이를 다음 연도 월세에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월세 인상의 근거가 되었던 관리 비용의 인상은 2001년의 법 개정으로 이제 더 이상 인상 요인이 될 수 없게 되었다. 

 

민법 558조에 따르면, 임대인은 월세를 3년간 2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였고, 동시에 도심과 같이 집이 부족한 인구 과밀 지역의 경우에는 3년간 15%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최근 18대 총선 후 대연정 협상에서도 이러한 월세 인상 관련 사항이 보다 강화되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집주인이 새로이 임대할 경우, 월세를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였다. 집의 보수 비용을 임대료에 부담시킬 경우에도 그 인상분이 월세의 10%가 넘지 않도록 하고, 또 그 보수 비용을 다 상쇄했으면 월세는 다시 이전으로 되돌리도록 하였다.  

그리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주로 집주인이 부담하도록 하였다. 

 그 밖에도 공공 임대 주택 예산을 2019년까지 연간 5억 1800만 유로(약 7700억 원)씩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집세 보조금도 인상하기로 합의하였다. 

 

실제로 쾰른에 살 때 월세가 2003년에 386유로(약 56만 원), 2년 후에 389유로(약 56만 원), 다시 391유로(약 56만 2000원)로 인상되었는데, 5년 동안 5유로가 오른 셈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물가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물가 인상률이 연간 1~2%에 불과하였고, 그 인상 요인도 유가 인상이 그 주요한 이유였다. 

 어떤 해에는 0%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독일의 이러한 법 개정은 대체로 옳고 바람직하며, 우리도 그러한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월세 인상의 억제와 관련해서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의 경우에는 아직 물가 상승률이 높은 상황인데, 다른 부분은 그대로 방치한 채 월세만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든다면, 상대적으로 많은 빚을 떠안고 집을 산 다수의 사람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임대인의 재산 상태를 감안하여 임대 수입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형편이 어려운 임차인에게는 '집세 보조금' 지급 등 복지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부동산, 투기 대상 아니다 

 

 

 

2006년 기준 독일에는 약 3600만 채의 집이 있는데, 그중에 자가 소유 주택은 약 1500만 채로 약 42%를 차지하였으며, 임대 주택은 2100만 채로 약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공공 임대 주택(사회주택)은 1987년까지만 해도 약 390만 채(전체 주택의 약 11%, 임대주택의 18.5%)에 이르렀으나, 매년 조금씩 감소하여 2001년 말에는 약 180만 채(전체 주택의 5%, 임대 주택의 8.5%)로 줄어들었다.  

2006년 기준 베를린의 공공 임대 주택 비율은 과거 서베를린 지역이 9%, 동베를린 지역은 24%를 기록하였다. 

 

독일에서는 부동산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물가가 안정되어 있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산별 노조의 본부가 여러 도시에 나누어 위치하듯이 연방의 주요 기관, 대학, 기업, 사회 단체들이 나라 전체에 골고루 분산되어 자리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한곳으로 몰리지 않는다.  

특히 대학에 서열이 존재하지 않고, 고등학교도 평준화되어 있어서 우리처럼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집값이나 월세가 특별히 오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통일 이후 수도를 본(Bonn)에서 베를린으로 다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의 집값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국가 전체가 고르게 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낮은 월세와 저렴한 물가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젊은 예술가들이 과거 동베를린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문화의 도시로서 베를린의 면모가 그 역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전시회, 연주회 등이 넘쳐나고 더불어 해마다 찾는 여행객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서 관광의 도시로서의 명성도 올라가고 있다. 

 

어쩌면 "창조 경제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해외의 유능한 젊은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고사하고, 비싼 월세와 높은 물가 때문에 이 땅에 사는 젊은이들에게조차도 어떤 '창조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아르바이트의 고통만 안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인가 정책의 방향이, 자원의 배분이 크게 잘못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우리처럼 정부가 수시로 내놓는 단기적 처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독일과 같이 인구와 자원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교육, 경찰, 조세 징수 등의 분야에 대한 중앙 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전하여 각 자치 단체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2014년 01월 01일 프레시안

출처 : 엘시티공인중개사사무소
글쓴이 : 공인중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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