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유혹에 진 다음

긴 긴 시간 2016. 6. 16. 02:30

 

유혹에 진다는 건 곧 고생문이 훤하다는 것

오랜만에 들린 장보고

그 몸에 좋다는 청경채 한묶음에 1000원

1000원의 유혹

10000원 이었던 돈의 단위가 어느새 1000원으로

내려왔단 말이시

도대체가 이 많은 청경채를 어떻게 소비한단 말이지

집어들땐 낯설은 기쁨이 내 머리를 잠시 점령할 수 있었더만

집에 오니 당장 보관부터

또 어떻게 소비해야 한단 말이시

걱정반 한숨반...

인터넷을 검색하니

청경채 물김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김치보다 양념은 단순하고

김치중엔 좀 쉬운편이다.

청경채 절이고 김치국물 소금으로 간하고

빨간고추 갈고 마늘넣고

찹쌀풀 쓰고 그리고 부추하고 사과 한개

반으로 갈라서 넣고

청경채 물김치 담았다.

여름엔 물김치가 좋다.

국수 삶아서 냉면처럼 먹는다. 말이시

청경채를 해결하고 나니

모처럼 주문한

작은 딸의 요구 오이지 담기

재료두 간단하고

먹기두 간단한데

담는 방법은 참으로 여러가지다.

오래된 먹거리인 만큼

소금 물 오이

소금 설탕 물 오이

소금 설탕 오이

소금 설탕 물 식초 오이

나는 4번째 방법으로

이 간단한 것이 왜 하루종일 걸리지

잠도 못자고 옆구리도 결린다.

오이 50개 날르는 것부터 힘들었다.

나는 힘드는 건 다 남자가 하는 거라고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내 머리 속에

인식되어 있단 말이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남자 귀한 집에서 살고 있더란 말이시

오호통재라 이렇게 슬픈 일이

ㅠ ㅠ ㅠ ㅠ ㅠ ㅠ

이거이 웬 남녀 역차별적 사고 방식인지

과연 대학교육 제대로 받은 의식구조란 말인가?

어쩌다 조금 힘든 일 하면서 내가 느끼는 일은

먹는 입의 편안함과 내 손이 하는 노동의 강도를

생각한다.이른바 노사갈등이란 말이시

먹는 것은 너무 쉽고 빠르고 편하기 짝이 없다.

그 편안함에 봉사하는 내 노동의 강도는 너무 많다.

시장보기 여러가지 재료 섞기

그 다음 보관 할 공간 확보하기까지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그래도 나는 일하지 않고 먹는 자가 되고 싶단 말이시

지금은 오이지 숙성을 기다리는 중

잠시 누워서 글 쓰는 중


보관용기가 작아서 비닐봉지까지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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