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한국에 대해 관심있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품게될 이런 궁금증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영문 한국사가 미국 학자에 의해 출간됐다. 미 제임스 매디슨대 마이클 세스 교수가 20여년간의 작업 끝에 펴낸 '한국사 개요(A Concise History of Korea)'는 석기시대 이후부터 19세기 개화기 이전까지의 한국 역사를 망라한 아주 오랜만의 책이다.
외국인이 낸 첫 한국사는 1883년 W.E.그리피스가 쓴 `은둔의 나라 한국(Corea:The Hermit Kingdom).
이후 윌리엄 헨손이 1971년 또다른 `한국사(A History of Korea)'를 냈지만 절판된지 오래다. 또 브루스 커밍스가 '한국전쟁의 기원'을 펴내는 등 한국사의 특정 시기나 사건을 조명한 외국인들의 저술은 꾸준히 이어져왔으나 고대 이후 역사를 망라한 한국사 책이 나오기는 35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71년 헨손이 `한국사'를 쓸 때만 해도 외국인들의 한국사 연구가 일천했고, 여성이나 한국문화 등에 대한 관심도 크게 부족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새로 나온 `한국사 개요'는 깊이있고, 체계적으로 쓰인 사실상의 첫 영문 한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 같은 이웃 큰 나라들의 그늘을 벗어나 그들의 존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게 어려웠지만, 결코 그렇게 작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적고 있다. 한국사를 특징 지을 수 있는 개념들로 저자가 내세우는건 동질성과 영속성, 독립성 등이다. 고대 이래 한국처럼 오래 통합성을 유지하며, 독특한 언어와 문화 정치.사회적 제도를 꽃피워낸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것.
676년 통일신라 이래 1천년이 훨씬 넘는 기간에 단 3개의 왕조만이 바뀐건 드문 일이며, 특히 500년 이상 지속된 조선은 일본과 오토만 터키를 제외하면 세계 최장 왕조이고, 5세기부터 시작된 경주 김씨 같은 가문은 유럽의 어떤 가계보다도 역사가 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스스로 중국을 중심이라 여기며 조공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는 형식에 불과했고 "사실은 `지독하게 독립적(fiercely independent)'이었다"고 그는 강조한다.
중국의 내정 간섭을 번번이 거부하는 독립성 아래 한국은 어느 면에서는 `고립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이나 일본과는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정치.사회제도를 선택적으로 발전시켰다는 것. 세계적으로 눈부신 경제, 정치적 발전을 이룩한 남한과 유례없는 독제체재를 구축한 북한의 오늘날 모습도 외부 문명에 독창적으로 적응해온 "전통깊고 역사성 있는" 한국인들의 이같은 사회, 문화적 특성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제시한다.
정치 사회제도는 물론 종교와 제사, 결혼풍습, 민요, 문학, 음식, 가옥 등을 간결하고 흥미있게 다룬 이 책은 전문가보다는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쓰였다고 저자는 밝혔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친구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영어로 설명하거나, 마땅한 한국사 서적을 추천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될듯 싶다. 미 로우먼 앤 리틀필드사刊. 2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