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정확한 문제 인식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책
작년에 읽은 책 중에 통째로 외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책이 "바가바드 기타"였다면, (아직 반도 안 지났지만) 올해 읽은 책 중에 통째로 외우고 싶은 마음이 든 책이 바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였다. 현대 사회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해결책 제시가 정말 명확하다. 이만큼 공감하고 절실하게 동의했던 사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정말 쉽고 단순한 내용인데, 이 시대의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만큼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책 한 권으로 인생도 세상도 바뀌지야 않겠지만, 이 책만큼은 누구든지 꼭 읽고 사소한 데서부터 실천했으면 좋겠다. 세상을 바꾸는 유일한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세상을 바꾸려면, 개인들의 근본 사고의 틀이 바뀌어야
나는 정치에 무관심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먼저 해결하고 바꿔야 할 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바뀌는 것밖에 없다. 남들은 내가 바꿀 수 없다. 바뀐 내가 모여야 가족도 사회도 국가도 세계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들의 근본적인 사고의 틀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준 사람을 정말 만나보기 어려웠는데, 바로 존 러스킨이 그런 사람이었다.
상인의 이윤추구는 당연한 게 아니고 기만 행위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읽으면서 인식하게 된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쉽고 단순하게 말해서 돈이다. 이 세상이 이렇게 혼탁하게 된 것은 돈 때문이다. 돈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돈이다. 회사는 물론 개인이 움직이는 근거가 다 돈이다.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돈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이유도 돈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이윤 추구'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존 러스킨은 바로 이 부분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상인의 존재 이유는 이윤과 이익의 추구가 아니라고 분명하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이윤 추구에 근간한 상업은 기만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옳다 그르다를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가 믿고 따르고 있는 자본주의는 뭔가 왜곡된 혹은 잘못 실현된 자본주의가 되는 셈이다.
진정한 이윤은 금전에 있지 않고 인간과 생명에 있다
성직자나 의사의 목적이 이윤 추구가 아니듯이, 상인의 목적도 이윤 추구여서는 안된다고 그는 말한다. 세상은 거꾸로, 성직자나 의사도 이윤 추구를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는 듯하긴 하지만, 눈이 확 뜨이고 귀가 확 뚫리는 선언이 아닐 수 없다. 직업에는 소명이 있고, 상인도 마찬가지란 이야기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직업은 돈이 아니다. 진정한 이윤은 금전적인 게 아니라, 인간이고 생명이다. 우린 정말 헛된 환상을 좇고 있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인간과 생명 외에 또 무엇이겠는가.
도덕적이고 이상적이지만, 너무 그립고 절실한 꿈과 희망
정직, 생명, 존엄, 행복을 부르짖는 존 러스킨의 주장들은 하나같이 도덕적이고 이상적이다. 이 주장들로 세상을 바꾸기에는 영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나 하나쯤은 (아니 적어도 내 일부분 정도는)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돈에 지지 말고, 참된 가치를 외면하지 않고 살고 싶다. 부에 대한 그의 정의와, 직업과 경제에 대한 그의 사고들은 너무 이상적이지만, 이상적이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 수 있다면, 경제 활동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 될 수 있을까. 가슴 떨리는 이상향이다. 경제와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상향을 제시한 점에서 존 러스킨은 너무너무 위대해 보였다. 내게 사회적인 꿈과 희망을 품어보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다.
가치와 부, 경제 개념을 송두리째 바꾼 생명의 경제학
가치 있다는 건 생명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생명이 곧 부다. 이 생명은 사랑과 환희와 경외가 포함된 총체적인 힘이다. 가장 부유한 이는 이웃들의 생명에 유익한 영향을 최대한 미치는 사람이다. 실로 가치 판단의 근거를 뒤흔들어 놓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경제와 부에 대한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학교는 또 사회는 이런 걸 가르치지 않고 도대체 뭘 가르치고 있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가치는 굳이 경제서로 읽지 않아도 되기에 더 커진다. 개인의 삶의 자세와 인간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내용들이다. 이미 1862년에 출간된 책이니,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지기도 했을 테고 여러가지 시도도 뒤따랐을 테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 의미가 퇴색된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뒤늦게 발견하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난, 이 사상에서 거의 유일한 희망을 본다. 오직 이 길만이 현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이 생명의 경제학을 스스로 실천하고 퍼트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중이다.
읽은 날: 2014년 2월 26일
기억하고 싶은 구절:
한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가늠하는 첫째 기준은 정직이 존재한다는 믿음과 실제로 이 도덕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p.11)
너의 정직은 종교나 정책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 너의 종교와 정책이 정직에 기초해야 한다. (p.25)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한 동기로 호의를 베풀어 보라. 경제적으로 의도한 바들을 모두 성취하리라. (p.37)
'부'의 이름 뒤에 감추어진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은 다름 아닌 '타인에 대한 지배력'이다. (p.72)
따라서 '가치 있다'는 말은 곧 '생명에 유용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진실로 가치 있고 유용한 것이란 바로 그 기능을 다해 인간을 생명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란 뜻이다. (p.156)
"생명이 곧 부다" 이 생명은 사랑과 환희와 경외가 모두 포함된 총체적인 힘이다. 가장 부유한 국가는 최대 다수의 고귀하고 행복한 국민을 길러 내는 국가이고, 가장 부유한 이는 그의 안에 내재된 생명의 힘을 다하여 그가 소유한 내적, 외적 재산을 골고루 활용해서 이웃들의 생명에 유익한 영향을 최대한 널리 미치는 사람이다. (p.196)
이를 위한 본보기가 될 인물들은 세상에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알려지는 여부는 하늘의 뜻에 맡겨 둔 채, 행복한 인생을 살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부보다는, 보다 소박한 기쁨을 추구하고, 보다 높은 액수의 재산보다는, 보다 깊은 천국의 보물을 추구하고,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재산목록 제1호로 삼고, 자만이 아닌 자존감이 높고, 화평과의 잔잔한 사귐을 통해 스스로를 존귀하게 높이는 그런 사람들이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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