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시아 가톨릭 주교들은 성학대 문제를 지연시키고 있는가?
아시아 교회 지도자들은 대체로 교회 안의 성직자와 수도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 문제에 침묵을 지켜왔다.
2010년 6월에 파키스탄의 파이살라바드에서 열린 한 성직자 모임에서 한 신부는 <가톨릭뉴스>에 “문제가 된 사제들은 ‘그들 자신을 위해’ 다른 곳으로 전근되거나 아니면 해외로 보재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 걸쳐 은폐, 그리고 의도적인 무시 때문에 이 문제가 곪아터지다가 마침내는 언론이나 사법당국 같은 외부의 힘이 주교들로 하여금 결국은 문제를 인정하게끔 만들었다.
한 가지 지적해 둘 가치가 있는 예외라면, 일본 주교들이다. 이들은 일본 안에서 이 추문이 (외부에서 먼저) 터지거나 교황청이 이 문제에 대처하는 지침을 만들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먼저 대응책을 세운 바 있다.
나는 2002년에 일본 주교회의 사회홍보부 자문위원으로 있을 때 세계 각지에서 교회 안의 아동 성학대 추문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었음을 지적해 주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아직 그런(언론에 의해 먼저 사건이 폭로되는) 일이 없었지만, 어떤 기자들이 그런 사건을 추적해서 보도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고, 그러면 주교들의 그 문제에 대한 대응은 남이 정한 의제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교들은 독자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이 문제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받은 뒤, 일본 주교회의는 모든 교구, 수도회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가 어떻게, 어느 정도 있었는지 확인했다.
이 문제는 다른 나라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있기는 있었다. 일본 주교들은 사실을 조용히 파묻어 버리지 않았고, 사건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그러한 사건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사과하며, 오래지 않아 무슨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히는 문서를 발표했다. 그러한 결과 가운데 하나는, 감춰져 있어서 폭로할 필요가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언론 폭로가 없었다는 것이다.
주교들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아동 성학대는 더 큰 문제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다. 그간 많은 여성들이 성직자들에 의해 성학대를 당해왔던 것이다.
아직 여성들의 성학대 문제는 세계 차원에서 아직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주교들은 이 문제가 아동 성학대와 뗄 수 없는 문제임을 깨달았다. 둘 다 너무 많은 (성학대를 한) 성직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교회 안 문화, 성직자는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이 면제되어 있다는 사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제들이 뒤로 사라지는 성직자 중심주의적 문화는 “추문을 방지”함으로써 제도 교회를 보호한다는 명분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일본 주교들은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다루는 부서를 주교회의 안에 설치함으로써 대응했다. 이 부서는 아동 성학대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 최근의 주교회의 움직임을 조정해왔다.
새 지침에 따르면, 이 문제는 주교의 책임으로 보고 다뤄야 하며 사안의 민감성, 피해자에 대한 사목적 접근과 추가학대 방지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미 알려진 바, “관련된 사제를 돕기 위한 최적의 길”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파키스탄의 상황과 대조된다.
그러면 아시아 다른 지역은 어떠한가? 일부 나라 주교회의는 지침안을 만들어 교황청에 보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전 세계 각 주교회의에 작년 5월까지 관련 지침서를 만들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25퍼센트는 아무 것도 제출하지 않았다.
일본이나 필리핀과 같은 일부 주교회의는 이미 이 문제를 다루어왔었으며, 곧바로 자신들의 지침서를 교황청에 제출할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같은 경우에는 마감 안에 제출했다. 인도는 초안을 제출했으나 여전히 작업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아무 것도 제출하지 않았으며, 미얀마는 <가톨릭뉴스>가 물어볼 때까지 교황청의 지시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은 제출했으며 보완 중이다.)
지금 이 문제는 종교개혁 이래로 교회에 대한 최대의 내부 도전이 되고 있는데 교회는 이를 급한 현안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지침 제출을 지시한 교황청조차 마감시한이 1년이나 지난 것에 대해 별로 문제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이 문제를 긴급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치유하는 사목자라고 생각하던 자들에게 육체적, 정서적, 영적으로 학대를 받은 피해자들의 고통이다. 둘째는 가톨릭이든 아니든 간에 사람들은 더 이상 이 문제의 은폐나, 몰랐다는 변명이나, 교회를 박해하려는 음모라는 자기정당화 주장이나, 성학대를 당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얘기를 참아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 성학대의 문제는 세계 각지에서 교회에 엄청난 상처가 되었으며,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아시아에서는 아직 큰 문제로 부각되지도 않았으며, 막상 그렇게 되면 아시아이기 때문에 더욱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성 성학대 문제 (수녀 포함)가 공개되면서 더욱 더 확대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도, 한국, 필리핀이 특히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 이 세 나라는 성직자 중심주의가 강하며, 교회의 지도자들(평사제 포함)은 권력과 이미지에 너무 신경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성학대와 은폐의 뿌리들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교회 지도자들이 일본 주교들에게 배우고 빨리 그리고 투명하고 강력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아시아의 모든 가톨릭인들은 성학대 추문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유럽과 북미, 호주의 교회가 수치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은가.
(윌리엄 그림 신부는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가톨릭뉴스> 발행인이다.)
By 가톨릭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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