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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자본주의가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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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자본주의가 만나면···

[Book] '그들은 왜 신발 대신 휴대전화를 선택했는가'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입력 : 2013.10.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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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자본주의가 만나면···
중국을 몇 번 가본 사람 중 많은 이가 하루가 다른 중국의 변화상에 경외감을 가졌을 것이다. 한 때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은 글로벌 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세계의 시장'이 된지 오래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는 이런 중국에 대해 우리가 갖는 다양한 감정을 잘 표현해 지난 7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우리가 사고방식을 바꿔 대해야 할 나라가 중국뿐일까. 토마스 프리드먼이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에서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 것이 2005년, 뉴스위크가 '나머지국가들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이라는 기사에서 세계질서가 미국 중심에서 제3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돼가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 2008년이다.

8년,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계는 더 평평해졌고, 새롭게 떠오른 '나머지 국가'들은 더욱 늘었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바쁜 교사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국가들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 세계지리 교사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왜 신발 대신 휴대전화를 선택했는가'는 한국에서 관료로 근무하다 세계은행에 파견돼 있는 저자가 '우리의 눈으로 바라본' 변화하는 세계를 담았다.

책은 세계은행의 동료 컨설턴트 '덩'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수단의 작은 부족 추장의 장남인 그는 추장 자리 계승을 거부하고 케냐의 한 재단의 도움으로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 역시 장학금으로 미국의 일류 대학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세계은행에 취직했다. 아프리카 추장의 아들도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으면서 전문적인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휴대전화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선물한 변화도 흥미롭다. 르완다에 사는 시골 농부는 휴대전화를 통해 날씨와 농산물 가격을 파악,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또 중앙 의료 당국은 휴대전화로 시골 단위의 전염병 환자 정보를 수집, 체계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 케냐에서는 휴대전화가 '은행계좌'라는 개념을 모르던 사람들에게 초보적인 은행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아프리카가 '신발은 없어도 휴대전화는 있어야 하는 곳'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유엔은 2010년 휴대전화가 인류 역사상 가난을 퇴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의 도구라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변화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국가뿐 아니라 글로벌금융위기와 중산층 몰락 등을 겪은 미국에서도 '자본주의 모델의 진화'라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사회적 문제점을 시장 메커니즘 안으로 포함시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공유가치'라는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저자는 기존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던 서방세계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고 우려스럽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보다 많은 역할과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에게 그렇다. 이코노미스트는 2012년2월18일자 '한국의 영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파워'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보고 저자가 떠올렸던 구절이 있다.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김구, <나의 소원> 中)

◇그들은 왜 신발 대신 휴대전화를 선택했는가=여한구 지음. 알마 펴냄. 314쪽. 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