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탐욕 자본주의와 고장난 윤리
매일경제 입력 2012.07.15. 19:15
요즘 탐욕의 자본주의가 정점을 향해 가는 듯하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인 금융사ㆍ기업의 불법ㆍ탈법행위와 추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첫 테이프는 골드만삭스가 끊었다. 지난 3월 내부고발자가 고객을 봉으로 취급하는 기업문화를 질타하면서 골드만삭스 기업윤리가 도마에 올랐다. 또 다른 내부고발자의 칼날은 JP모건체이스를 향했다. 두 달 전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투자위험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던 JP모건은 고객 돈 유치를 위해 자사 펀드상품 수익률을 뻥튀기했다는 막장영업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더니 지난달에는 리보금리 조작이라는 메가톤급 불법행위 전모가 드러났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리보를 조작했다'는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시장은 그들의 몰염치에 할 말을 잃었다. 이달 들어서도 구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HSBC은행이 돈세탁 혐의로 10억달러 벌금을 내야 할 상황에 처한 데 이어 고객 돈을 유용하는 금융사까지 나타났다. 선물중개업체 페레그린파이낸셜그룹에 개미투자자들이 맡겨놓은 2억달러(2400여억원) 이상의 예탁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금융사뿐만 아니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도 도를 넘어섰다. 법정관리상태에 있는 아메리칸에어라인 경영진은 더 많은 성과급을 받기 위해 US에어웨이스와의 합병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합병 전에 아메리칸에어라인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난다면 경영진이 최대 7000억원에 가까운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 선임 후 몇 시간 만에 사장을 교체한 뒤 503억원의 퇴직패키지를 제공해 입막음에 나선 듀크에너지도 투명하지 못한 기업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키웠다.
지난주 갤럽이 미국인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융사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또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62%가 '미국 주식회사'에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부패ㆍ불법ㆍ탈법이 판을 치고 추문이 끊이지 않는 데는 과도한 보상체계 등 승자독식의 왜곡된 경제구조가 한몫하고 있다.
승리하면 엄청난 보상이 따라오다 보니 '승리'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을 써도 상관없다는 낮은 윤리의식이 만연해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는 월가 금융인 24%가 "불법 행위가 금융계에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를 전하기도 했다. 성과만 강조하는 승자독식의 왜곡된 자본주의 경제구조가 기업과 금융사들을 윤리의식이 고장난 나침반으로 만들어버렸다. 선진 금융사ㆍ기업의 고장난 윤리의식과 이에 따른 신뢰 추락은 한국 기업ㆍ금융사에도 성과에 치여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는 윤리의식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웨이크업콜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업ㆍ금융사는 윤리의식의 고삐를 더욱 옥죄어야만 신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박봉권 뉴욕특파원peak@mk.co.kr]
'관심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정일 (0) | 2016.06.16 |
---|---|
퍼온 글/[칼럼] 부실회계, 회계법인 탓만 하지 마라 (0) | 2016.06.15 |
스크랩/현대 자본주의와 소비문화 (0) | 2016.06.14 |
퍼온글 /창조적 자본주의와 가난한 사람들 (0) | 2016.06.13 |
[책 속으로] 『장정일 독서일기』 베스트 셀렉션 (0) | 2016.06.12 |